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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추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외 여러편의 시

하이비타민 2024. 4.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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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몇 번 가지는 않지만 문화센터 수업을 갑니다. 
2주는 붓으로 화선지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나머지 2주는 붓펜으로 좋은 시도 쓰고 엽서에 예쁘게 꾸미기도 합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이기철 님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라는 시가 
좋다고 하시며 써보라고 하셨습니다. 
써오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서 못 써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시 치고는 엄청 길어보였습니다. 
한참 전에 써주신 강원석 님의 ( 꽃하나)와 박노해 님의 (가을볕이 너무 좋아) 도 
읽어보니 좋아서 써 봅니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는 가을에 쓰면 좋은 시이지만 그때까지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저장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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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화안 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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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노 만년필로 써봤는데 갈수록 자리가 부족해서 글이 작아지네요.

그래도 만년필로 쓱쓱 소리 내면서 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좋은 시가 있으면 이렇게 자주 써보곤 하는데 쓰면서 시의 의미도 

되새겨 보게 되니까 좋은 것 같았습니다. 

벚꽃 그림도 좀 그려 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가 최선인 듯합니다. 

알수록 좋은 글들이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꽃 하나

-강원석-
꽃 하나
꽃 둘
꽃 셋
 
세상이라는 꽃밭에
별 보다 많은 곳
 
그중에
 
너라는 작은 꽃하나 별인 듯 반짝인다.
(출처 : 강원석 시집 너에게 꽃이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이온 날들을 
 
동시집 보다가 좋은 시  있어서 한편 적어봅니다. 

마음 보자기

-하인혜-
꽁하니 담아
단단하게 묶어두었던 것
펼쳐보니 고작
콩알만 한 거잖아
마음보를 확 
펼쳐보렴
마음보는 
하늘도 담기는 
커다란
보자기란다

오늘은 여기까지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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