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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명언, 책

한국대표시 필사해서 간직하고 싶은 시 박용래

by 하이비타민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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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시인 박용래 (1925~1980년)
1955년 현대문학에 (가을의 노래)로 박두진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습니다.
향토적인 사물이나 지나쳐버리기 쉬운 것들을 시적으로 여과시켜 전원적, 향토적인 서정의 세계를 
심화하였습니다. 한국적 정서를 간결한 언어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받으려
싸락눈, 강아지풀, 먼바다 등의 시집을 발표했습니다. 


 

가을의 노래 

- 박용래 - 
깊은 밤 풀벌레 소리와 나뿐이로다
시냇물은 흘러서 바다로 간다
어두움을 저어 시냇물처럼 저렇게 떨며
흐느끼는 풀벌레 소리
쓸쓸한 마음을 몰고 간다
빗방울처럼 이었는 슬픔의 나라
후원을 돌아가며 잦아지게 운다
오로지 하나의 길 위
뉘가 밤을 절망이라 하였나
말긋말긋 푸른 별들의 눈짓
풀잎에 바람
살아있기에
밤이 오고
동이 트고
하루가 오가는 다시 가을밤
외로운 그림자는 서성거린다
찬 이슬 밭엔 찬 이슬에 젖고
언덕에 오르면 언덕
허전한 수풀 그늘에 앉는다
그리고 등불을 죽이고 침실에 누워
호젓한 꿈 태양처럼 지닌다.

먼바다

-박용래-
마을로 기우는
언덕, 머흐는
구름에
 
낮게 낮게
지붕 밑 드리우는 
종소리에
 
돛을 올려라
 
어디메, 막 피는
접시꽃
새하얀 매디마다
 
감빛 돛을 올려라
 
오늘의 아픔
아픔의 
먼바다에 


 

울타리 밖

-박용래-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곁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듯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이 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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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 
하늘과 언덕과 나무를 지우랴
눈이 뿌린다
푸른 젊음과 고요한 흥분이 서린
하루하루 낡아가는 것 위에
눈이 뿌린다
스쳐가는 한 점 바람도 없이
송이눈 찬란히 퍼붓는 날은
정말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한계는 없다
다만 가난한 마음도 없이 이루어지는 
하얀 단층

 

낮달

-박용래-
반쯤은 둔벙에 묻힌
창포 실뿌리 눈물 지네
맨드라미 꽃판 총총 여물어
그늘만 길어가네
절구에 깻단을 털으시던
어머니 생시같이 
오솔길에 낮달도 섰네
 

그 봄비

-박용래-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엉겅퀴
-박용래-
잎새를 따 물고 돌아서 잔다
이토록 갈피 없이 흔들리는 옷자락
 
몇 발자국 안에서 그날
엷은 웃음살마저 번져도
 
그리운 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다
어쩌면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
목놓아진다.
 
박용래 님의 시를 여러 편 읽어 보고
좋은 시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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